전기차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과의 공급망 구조 차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공급망을 복잡도, 안정성, 변화속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비교 분석하여, 현재 전기차 산업이 직면한 위기와 향후 방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복잡도: 내연기관과 전기차 부품 구조 차이
내연기관 자동차는 약 3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전기차는 평균 2만 개 이하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구조적으로 전기차는 더 단순화된 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핵심 부품의 생산 집중도가 높아져, 오히려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은 수십 년에 걸쳐 부품 생산과 공급 시스템이 안정화된 상태이며, 엔진, 변속기, 연료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공급업체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제어장치(PE 시스템), 모터 등 비교적 적은 부품 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기술적 비중이 매우 크고 대부분 특정 기업이나 지역(중국, 한국 등)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리스크가 더 클 수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희토류 자석을 포함한 모터 구성요소 등은 전기차 전체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이들 부품의 가격과 수급에 따라 전체 생산 일정이 좌우됩니다. 즉, 복잡성은 단순 부품 수가 아니라 ‘핵심 부품의 집중도’와 ‘공급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정성: 검증된 내연기관 vs 불확실한 전기차
내연기관 차량의 공급망은 수십 년간 검증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수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참여하는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는 품질, 가격, 납기 등 다양한 요소에서 일정한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부품 이중화, 지역별 생산 거점 확보 등 다양한 리스크 대응 체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반면, 전기차 공급망은 아직 비교적 초기 단계로, 특정 소재나 부품의 경우 한두 개 업체가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리튬, 코발트 정제 능력입니다. 전 세계 리튬 정제의 70% 이상, 코발트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이루어지며, 해당 국가의 정책 변화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전기차 생산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일부 부품 업체는 과잉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품질 문제, 납기 지연 등의 리스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만족도 저하,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변화속도: 전기차 공급망의 빠른 진화
전기차 산업의 공급망은 기술 변화에 따라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소재 기술, BMS 알고리즘, 차량 SW 통합 기술 등은 매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 공급업체의 경쟁력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기차 공급망은 매우 역동적이며, 새로운 기업들이 빠르게 진입하거나 기존 기업이 도태되는 현상이 빈번합니다. 이와 달리 내연기관차 산업은 기술의 변화 속도가 느리고 점진적입니다. 신형 엔진이나 연비 개선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구조를 크게 바꾸지는 않기 때문에 공급망에도 큰 변화는 없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새로운 배터리 포맷(예: 4680 배터리)이나 LFP 등 신소재가 등장함에 따라 주요 부품 구조가 바뀌고, 이에 맞춰 생산 라인도 재설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도는 혁신적인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공급망의 재구성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생산 지연, 품질 문제, 공급 중단 등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공급망은 단순한 부품 수 비교가 아니라, 핵심 부품의 집중도, 공급처의 다양성, 기술 변화에 대한 민감성 등 다양한 요소로 판단해야 합니다. 전기차 공급망은 구조상 더 간결하지만, 실제로는 불안정성과 변화의 리스크가 훨씬 더 큽니다. 따라서 전기차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급망의 유연성과 다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향후 전기차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 설계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